스토리1

[스크랩] 새는 못가 슢에서 자는데

설헌서택 2018. 9. 7. 04:06



 










새들은 못가
숲에서 자는데

스님은 달 밤에
문을 두드리네




추구(推句)라는 학습 교재가 있다.

오언(五言) 대구(對句)들을 발췌하여
기승전결로 연결시킨 어린이 학습서(學習書)다
『천자문』,『사자소학』과 함께 배운다.
추구의 첫 시작구다.


天高日月明이요
地厚草木生이라


추구에 나오는 시귀 하나 알아 본다 .




鳥宿池邊요
僧敲月下門이라
棹穿波底月이요
船壓水中天이라

조숙 지변수요
숭고 월하문이라.
도천 파저월이요
선압 수중천이라.

 


새는 못 가 나무에 자고                 宿 : 잘 숙
스님은 달밤에 문을 두드리네.      敲 : 두드릴 고
노는 물결 아래 달을 뚫고             棹 : 노 도 穿 : 뚫을 천
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르네         船 : 배 선 壓 : 누를 압




 


이 귀절은 당나라 시인
가도(賈島 779?~843)의 일화로
유명한 구절이다.


가도는 중국 하북성(河北城) 범양(范陽)사람으로
자(字)는 낭선(浪仙)이다.
처음에 스님이 되어 호(號)를 무본(無本)이라 하고
법건사에 있었다.
뒤에 경조윤(京兆尹) 한유(韓愈)에게 그 시재(詩才)를 인정받고 환속하여 변변찮은 벼슬자리에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길을 가다가
시상(詩想)이 떠올랐다.


「鳥宿池邊樹 僧敲月下門」
앞에 있는 귀절이었다.


僧敲月下門에서
[승퇴(僧推 : 스님이 민다)]와
[승고(僧敲 : 스님이 두드린다)]를 놓고
어느 말을 선택해야 할 지 고심중이었다.
결정하지 못해 몹시 애를 태우고 있었다.


그래서 그는
「문을 밀었다, 두드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하며서
정신 없이 길을 가고 있었다.


경조윤 한유(韓愈)의 일행과 부딪치게 되었다.
길을 비켜 서지 않은 가도가 붙들려 한유 앞에 섰다.
「어인 이유로 길을 비키지 않았는고?」
「실은...」


가도가 [鼓]자와 [推]자 문제를 말했다.
한유는 가도의 실수를 용서했다.
그리고 한 마디를 것붙였다.


「推보다는 鼓가 낳을 것 같구나.」


이런 사유로 글을 다듬는 것을 推敲(퇴고)라 한다.






달이 휘영청 밝다
물 속에 달 그림자가 비친다.
사공이 노를 젓는다.
노끝이 물속 달그림자를 건드렸나보다.
달 그림자가 물결 따라 너울댄다.


작자는 이 모습을
「노가 달그림자를 뚫었다」[棹穿月도천월]
고 표현하고 있다.


배가 지나 간다.
물속에 비친 하늘을 가리면서 지나 간다.
이 모습을 배가 물속 하늘 그림자를 누른다 했다.

표현의 압권이다.
穿과 壓이 백미다.



중국 송(宋)나라 때
호자(胡仔)가 편찬한
[초계어은총화(苕溪漁隱叢話)]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 온다.


신라(新羅)의 사신이 중국에서 가도를 만났다.


水鳥浮還沒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
山雲斷復連 산 구름은 끊겼다 다시 이어지네.


「물새가 헤엄을 치면서 들랑날랑 하자
물 속에 비추인 산 구름자도 그에 따라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한다는 서경구(敍景句)다.


사신이 이렇게 노래하자 가도가 답했다.


棹穿波底月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
船壓水中天 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르네.

신라 사신이 오래도록 감탄하고
다시는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



 

山影推不出이요
산영추불출
月光掃還生이라
월광소환생
水鳥浮還沒이요
수조부환몰
山雲斷復連이라.
산운단부연

산 그림자는 밀어내도 나가지 않고
달빛은 쓸어내도 다시 생기네.


물새는 떴다가 도로 잠기고
산 구름은 끊겼다가 다시 이어지네.


                                                       출전 - 추구 -




옛날 우리 조상들이 어려서 익혔던 글이다.
지금 같으면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학동들이 배웠다.


글의 내용이 어렵고 쉽고를 떠나
무조건 읽고 또 읽으면서 달달 외웠다.


독서백편의자현(讀書百遍義自見)이라 했다.


삼국지(三國志) · 위서(魏書) 왕숙전(王肅傳)에
나오는 말이다.


백번 읽으면 그 뜻이 저절로 들어 난다.


추구 의 제일 끝에 나오는 글귀다.


花有重開日  화유 중개일이나
人無更少年  인무 갱소년이라.
白日莫虛送  백일 막어송하라.
靑春不再來  청춘 부재래니라.


꽃은 또 피어 날이 있지만
사람은 다시 소년이 될 수 없도다.
젊은 날을 헛되이 보내지 말아라.
청춘은 다시 오지 않은다.


글을 끝내면서
나도 한번 당시로 돌아가 본다.
소리 내어 읽어 본다.





 

출처 : 설헌서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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