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이 휘영청 밝다
물 속에 달 그림자가 비친다.
사공이 노를 젓는다.
노끝이 물속 달그림자를 건드렸나보다.
달 그림자가 물결 따라 너울댄다.
작자는 이 모습을
「노가 달그림자를 뚫었다」[棹穿月도천월]
고 표현하고 있다.
배가 지나 간다.
물속에 비친 하늘을 가리면서 지나 간다.
이 모습을 배가 물속 하늘 그림자를 누른다 했다.
표현의 압권이다.
호자(胡仔)가 편찬한
[초계어은총화(苕溪漁隱叢話)]에
다음과 같은 일화가 전해 온다.
신라(新羅)의 사신이 중국에서 가도를 만났다.
水鳥浮還沒 물새는 떴다가 다시 잠기고
山雲斷復連 산 구름은 끊겼다 다시 이어지네.
「물새가 헤엄을 치면서 들랑날랑 하자
물 속에 비추인 산 구름자도 그에 따라
보였다 보이지 않았다」 한다는 서경구(敍景句)다.
사신이 이렇게 노래하자 가도가 답했다.
棹穿波底月 노는 파도 아래 달을 뚫고
船壓水中天 배는 물 속의 하늘을 누르네.
신라 사신이 오래도록 감탄하고
다시는 시에 대해서 이야기하지 않았다고 한다.